《영화 한 편이 전해준 공감의 온도 –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》
요양원 실습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,
하루하루가 작고 깊은 파문처럼 내 마음에 번지고 있다.
그중에서도 잊히지 않는 순간이 있다.
바로 어르신들과 함께한 ‘영화 감상’ 프로그램 시간이다.
🍂 처음부터는 함께하지 못했어요
그날 나는 영화 시작부터 함께 앉아 있지는 못했다.
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이 계셔서, 휠체어를 밀고,
의자를 정리하고, 손을 잡아 드리며 자리 배치를 도왔다.
"앉기만 하면 돼"라고 쉽게 말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
한 분, 한 분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나는 이미
‘영화’라는 프로그램 속에 들어가 있었는지도 모른다.
📽 영화 줄거리 한눈에 보기
우리가 함께 본 영화는
2003년 TV문학관에서 방영된 《향기로운 우물 이야기》였다.
평화롭던 섬 마을에 대형 리조트 건설이 추진되면서,
주민들 사이에 대립이 생긴다.
이주 보상금이라는 달콤한 유혹 앞에서
난생처음 큰돈을 손에 쥔 사람들과,
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사람들.
동네는 양쪽으로 나뉘고, 서로의 얼굴에
이해 대신 의심이 스며든다.
🕊️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기억의 시간
나는 그 영화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
어르신들의 표정에서 먼저 느꼈다.
한 어르신은 중간에 이렇게 말씀하셨다.
“우리 동네도 저랬지... 큰길 뚫는다고, 다 떠났어.”
짧은 한 마디였지만, 그 말 속엔
잊히지 않는 시간과,
누구도 가져가지 못한 풍경이 담겨 있었다.
그리고 나는 그 순간 알았다.
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건 단순한 영상이 아니라,
어르신들 마음속에 켜켜이 쌓인 기억의 편린들이라는 것을.
💭 실습생의 배움 – 공감은 ‘함께 앉는 것’에서 시작된다
나는 사회복지라는 게 거창한 프로그램이나
멋진 말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했다.
하지만 오늘, 영화 감상이라는 작고 평범한 시간 속에서
진짜 ‘복지’의 의미를 조금 배운 것 같다.
어르신 곁에 조용히 앉아
함께 같은 장면을 보고,
같은 숨을 쉬고,
같은 기억을 나누는 일.
그 자체가 돌봄이고, 공감이라는 걸.
🧶 마무리하며
실습은 ‘가르침을 받는 자리’라지만,
정작 나는 어르신들에게서 매일 삶을 배우고 있다.
영화 한 편이 내 마음에 남긴 따뜻한 온기처럼,
오늘도 나는 누군가의 기억을 함께 살아낸다.
그리고 이 소중한 경험을,
내 안에 조용히 쌓아간다.